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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쓰는 개인 기록용 덕질일기 - 입덕



입덕의 계기 고잉세븐틴2020 TTT



휴직 생활이 길어지면서 작년 한 해 야무지게 보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자격증도 따고 한국사도 따고 영어 공부도 하고. 안 하던 짓을 한 거지. 무리를 했는지 해가 바뀌고 나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와버렸다. 2월에 RT때문에 어차피 일해야 하니까 1월은 야무지게 쉬자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결국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누워만 있는 하루가 반복되버렸다. 새벽 4시에 눈을 감고 다음 날 오후 2시에 눈을 뜨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온갖 유투버들을 섭렵하고 넷플릭스와 왓챠 뽕을 뺐다. 일할 때는 가질 수 없는 여유였다. 이 때다 싶어 맘 놓고 즐겼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쉬어보겠냐.



 

몰랐는데 집순이 체질이었는지 누워만 있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했다. 그래도 시끌벅적한 술집과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 떠드는 일이 가끔가끔 그리웠다. 왜 막 그런 거 있잖아. 옆 사람 말이 잘 안 들려서 큰 소리로 말해야 하고. 막 우리 자리가 좀 조용해지면 옆자리 이야기가 들려서 친구들끼리 눈빛 주고받고. 그런 거 있잖아. 다 알잖아. 이런 시끌벅적함을 그리워했던게 아마 시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무런 걱정 없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지.



 

그러다 발견해 버렸다. 한 아이돌의 엠티 영상. 엠티? 와 엠티를 간 지가 언제야. MT. 먹고 토하는 거지! 라고 하면 라떼겠지? 패기가 넘쳐 죽자고 마시던 때가 떠올랐다. 사실 폰추억이다. 난 엠티에서는 죽자고 마셔본 적 없다. 죽자고 떠든 적은 많지. 말 너무 많아. 다음 날은 백 퍼센트 확률로 목이 쉬었다. 오히려 술은 졸업 후에 취준하면서 참 많이 먹었더랬지. 그때 쓴 술값으로 명품 가방 하나는 거뜬히 살 텐데. 그래도 뭐 아쉽진 않다. 아니 사실 아쉽다. S..T..A...Y....

 



이야 요즘은 아이돌도 엠티를 가나? 방송 촬영이라 다 같이 시끌벅적 놀 수 있어서 좋겠다로 시작해서 틀어버린 영상에 전문용어로 감겨버렸다. 사실 전문용어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지어냈기 때문에. 와 얘네 뭐야? 겁나 웃기다. 다른 영상도 좀 볼까. 하다가 밤새웠다. 그리고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고잉세븐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큐빅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아직은 샤이닝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한 큐빅. 나는 큐빅이 되었다.

 



근데 자꾸 생각이 났다. 썸 타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과 혼자 썸을 탔다. 처음에는 그냥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노는 게 너무 재밌어 보여서 부러웠다. TTT 영상을 겁나 돌려 봤지. 근데 자꾸 막 다른 게 또 보고 싶은 거야. 멤버들 이름도 궁금하고. 어우 쟤는 쟤는 하다가 이름이 호시구나. 본명은 순영이야? 하고 있었다. 슬슬 인정해야 했다. 입덕직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했다. 아 이런 게 입덕이구나. 나이 서른에 아이돌에 입덕했다. 악 안돼. 안되긴 뭐가 안돼. 마음속 소리들 조차 엇갈렸다. 입덕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큐빅보다는 다이아몬드 캐럿이 낫잖아. 몸 값이 다르다구.

 



근데 뭐 덕질을 해본 적이 있어야지. 일단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이름부터 외워야 했는데, 멤버가 13명이었다. 13명인 아이돌은 슈퍼주니어가 유일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제는 슈퍼주니어도 13명이 아니다. 이름들도 어려웠다. 에습쿱,,뭐? 아이돌들이라 영상마다 바뀌는 머리에 정신을 못 차렸다. 길었다 짧아졌다. 머리가 분명 검은색이었는데 갑자기 은발이 되어 나타났다. 미리 알고 있는 멤버는 한명 뿐이었다. 버논. 잘생겨서 알고 있었지. 맞다. 승관 씨도 알았다. 예능에서 많이 봤어!

 



얼굴을 눈에 익히고 노래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타이틀곡부터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아는 노래가 많았다. 예쁘다, 아낀다, 아주 NICE 등등. 아 이 친구들 성공한 친구들이었구나. 알고 보니 초통령이었다. 역시 어린 친구들 눈이 정확하다.

 



노래를 들으면서 무대 영상을 보다 보니까 내가 진짜 좋아했던 울고싶지않아가 세븐틴 노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진짜 많이 들었는데. 열심히 살아야 할 때, 동기부여가 되고 싶을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의 두 배속 댄스 영상을 봤었다. 얼마나 많이 연습하면 저렇게 출 수 있을까? 영앤리치인 저 분들도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 보자! 생각했었다.

세븐틴이었다니. 운명인가? 물론 아니겠지만. 그냥 입덕 때는 뭐든 엮고 싶으니까. 그때는 아무도 몰랐는데 입덕하고 보니 누가 누군지 너무 잘 보여서 살짝 당황했다. 아 이런 게 입덕이구나. 얼굴도 몰랐던 친구들의 TMI까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덕질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늦게 입덕할 수록 더 그랬다. 언제 데뷔했는지, 누가 나이가 제일 많고 누가 막내인지. 동갑인 멤버들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할 게 많았다. 그 열정으로 다른 공부를 했으면..!

 



이제는 고유번호까지 외우고 왜 97멤버들은 고유번호가 거꾸로 되어있는지도 알아 버렸지만 첫 입덕하고 나서는 왜 그리 나이 외우는 게 어려웠는지.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예능에서 많이 보던 승관 씨가 98년생이고 메인보컬에다가 춤을 겁나 기깔나게 잘 췄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세상에나 마상에나. 매력이 넘치다 못해 흐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예능캐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막내의 나이가 99년생이었다. 와 7살 차이는 좀 심하다. 심해. 심하긴 뭐가 심해. 나는 양심이 없다. 사랑한다. 디노야. 그리고 나이가 제일 많다는 형 라인 나이가 95년 생이었다. 이제는 오빠라고 부를 아이돌들이 많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살짝 당황했다. 95면 내 동생보다도 어리다. 그래도 구 오빠는 동갑이긴 했는데. 그리고 버논 씨가 98년생이고 승관 씨랑 동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리고 잘생긴 오빠였다. 나는 양심이 없다.

 



13명의 얼굴과 이름과 나이를 외우고 나니, 이제는 유닛을 외워야 했다. 세븐틴인데 왜 13명이에요? 아 4명은 죽었어요. 가 아니라. 세븐틴은 13명의 멤버들 그리고 3팀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유닛팀은 보컬, 힙합, 퍼포먼스팀이다. 그리고 그 세 팀이 다 한 팀이라는 뜻에서 13+3+1=17이라고 했다. 살짝 까워맞춘 기분이 들었지만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냥 외울 건 의문을 가지지 말고 외우는 게 낫다는 걸 많이 배웠지.



 

덕질을 하려면 트위터를 가입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가입부터 어려웠다.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고 트윗 용어도 배워야 했다. 사실 아직도 트위터는 너무 어렵다 기계치이기 때문에.

 



6년 차 아이돌 가수의 꽉 찬 5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랑으로 이겨냈다. 아니 이겨내고 있다. 아직 다 먹지 못한 떡밥들이 너무 많다. 잠은 죽어서 자자! 가 되어 버렸다. 다시 한번 그 열정으로...

 



나는 난생처음 입덕을 하고 참 안 하던 짓을 많이 하고 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내일 써야지. 오늘은 입덕 계기만 쓰려고 했는데. 진짜 말 많아. 어쨌든 세번틴 사랑해!로 마무리 해야지. 아 맞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BUMZU씨 계범주씨가 세븐틴과 영혼의 짝꿍이었다. 세븐틴은 몰라도 계범주는 알았는데. 28.5 앨범 진짜 좋아했지. 2014,15년도 앨범 다 너무 좋았어요. 앨범 좀 내주세요.



 

 

이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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