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이란?
2017.02.13.
#영원한 사랑이란?
친한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겼다.
우리에게는 남자가 필요 없다며, 두 손 꼭 잡고 친구들과 함께 실버타운에 입주하자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실버타운에 입주하자는 제의를 했을 때 시큰둥하게 대답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근 2년 동안 매일 같이 붙어 지내던 친구를 보낼 때가오니 섭섭하다.
이런 것에 집착 잘 안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자부했는데 익숙함이 무섭긴 무섭다 싶다.
여행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앉은 순간부터 자리를 옮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어서는 순간까지 남자친구 이야기뿐이다.
오빠가 이래서 좋다느니, 이래서 귀엽다느니 나에게는 다 똑같아 보이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는 이 머리는 이런 느낌이라 좋고 저 머리는 저런 느낌이라 좋다며 혼자 신났다.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있기에 심심하다고, 심심하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광대가 계속 올라가 있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설렌다.
처음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설렘이 묻어나듯이 그 사람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계속해서 곱씹게 되고, 무언가를 서로 함께 정의 내리는 것은 참 간질간질한 순간들이다.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들이, 공통점들이 운명같이 느껴지고, (실제로 친구는 남자친구와의 손금이 정말 똑같이 생겼다며 신기해했다.) 서로가 보고 싶어서 잠 못 이루는 순간들과, 멀리서 다가오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그들의 역사가 될 것이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겠지만 그것 역시 그들 연애의 역사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연애를 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는 점이다.
분명 핸드폰을 붙잡고 뭐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로 다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보고 이야기 하고 싶고, 직접 만나 만지고 껴안고 싶은 대상이 생기는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친구의 연애의 시작을 축복함에 앞서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연애, 그리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이론을 믿는 신봉자로서, 내 친구가 행여나 연애를 하면서 상처를 받을까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행복해 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사랑의 영원함을 기대해 본다.
시끄러운 술집 안에서 너무 행복해서 지금 이 순간 너랑 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남자를 만난 내 친구가 사랑을 불신하는 나에게 사랑의 영원함을, 그 위대함을 증명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는 아주 먼 것 같아 슬프지만, 지금으로서는 사랑하는 친구의 연애 이야기만 들어도 참 설레고 행복한 것 같아 충분하다.